서평 |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서평 |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은 군산복합체와 권력자들이다. 우리 모두의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자.

2026년 6월 30일

[읽을거리]반전평화미국, 이스라엘, 제국주의, 대중시위, 반전평화, 팔레스타인, 무기산업

전쟁은 누가, 왜 일으키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보호받아야 할 아동들이 살해되며, 천문학적 단위의 자원이 소모되는 전쟁은 내 눈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현상이었다. 왜 이렇게 소모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2026년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900일 넘는 학살을 이어 가고 있으며, 시리아와 레바논을 공격하고 이란까지 전쟁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정치 성향이 다른 바이든, 트럼프 대통령 둘 다 이스라엘과 적극적으로 영합하는 모습을 언론에서 자주 비쳤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군수 물자 지원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깨끗하게 청소’ 하고 나면 가자지구에 호텔을 설립하겠다고 망언을 한 바 있다. 심지어 ‘평화위원회’를 설립하여 본인이 영구 집권하면서 가자지구 평화계획을 이끌겠다고 발표하였다. 평화위원회 구성원에 현재 팔레스타인민중을 대표하는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전쟁과 연루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베네수엘라 침공, 이란 공습까지 벌이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13개월 동안 무려 9번의 해외 군사작전을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누가 이득을 누리고 있는가? 바로 군수산업이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 국방비 1조 달러 이상이 지출되었고, 이 금액은 고스란히 군수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군수산업은 미국이 세계 전쟁에 개입하면 할수록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의 저자는 이처럼 전쟁으로 배를 불리는 군수산업의 실체가 전쟁기계임을 밝히고, 미국 국방부와 실리콘밸리의 동맹 구조, 군사화된 미국 사회를 폭로하며 새로운 평화운동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군산복합체의 작동 구조

군산복합체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군산복합체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저자는 먼저 ‘군산복합체’가 얻은 구체적인 이익부터 살펴본다. 군산복합체는 미국 제 34대 대통령인 아이젠하워가 사용한 용어다. 거대 군사 체제와 군수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의료, 교육, 돌봄 등 다른 시급한 국가적 필요는 희생시키고 무기산업의 이익은 극대화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전쟁기계가 최우선되는 정책은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재구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2500억 달러가 넘는 지원을 제공했다. 필리핀, 나이지리아, 이집트의 권위주의적 정권에는 정치적 동맹을 명분으로 무기 판매를 허용했다. 미국산 무기는 반인도적 전쟁 범죄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잦았고, 이는 미국이 내세워 온, 민주 국가가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돕고 지역 내 안정을 강화한다는 외교적 명분을 훼손한다. 이득을 본 것은 전쟁 예산을 투자받고 막대한 무기 판매 대금을 얻은 군산복합체뿐이다.

저자는 군산복합체가 어떻게 비대해질 수 있었는지 미국의 군사주의적 대외정책 기조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기득권층으로 성장한 군산복합체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힘입어 더 큰 자금을 축적했다. 닉슨 행정부 시기에는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는데, 미군의 피해가 커지고 반전 여론이 들끓자 닉슨은 지역에 미국 대리인을 내세우고 그들에게 무기를 공급하여 대신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도록 하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군사기업들은 무기 수요가 있는 세계 각지에서 미국산 무기를 매매해 폭리를 얻었다. 냉전이 종식되던 무렵, 빌 클린턴은 군사 기업의 합병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 주요 군사기업이 51개에서 5개로 줄어들면서 5개 대기업의 세력과 협상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조지 부시, 오바마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 때도 군사 개입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으며 미국은 여전히 민주국가와 독재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5대 군사 기업들과 계약을 맺는 데 사용되는 국방부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집행되었다.

군산복합체는 이권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각종 로비를 자행한다. 국방부 예산으로 더 많은 공장 짓기, 무기 구매 규정 단순화, 무기 평가 과정을 축소해 판매를 용이하게 하려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정치권도 군산복합체와 ‘회전문 인사’로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국방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위원들이 은퇴하면 군사 기업에서 고액의 일자리를 제공받는다. 군사 기업은 정치권 인사에게 선거 자금을 지급하고, 자금과 일자리를 약속받은 정치인들은 군사 기업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협조한다. 2019년 정부회계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군사 기업에 등록된 로비스트 대부분이 국방부 고위 인사 및 조달담당자 출신으로 총 1,718명(조달담당 비율 94%)이 고용되어 있었다.

미국의 예산은 낭비되고 있다

그렇다면 군산복합체에 낭비되고 있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미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파괴된 피침략 국가 시민들의 삶 역시 감히 수치로 측정할 수 없지만, 미국 내부에서 소모되는 비용도 미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이 치른 전쟁으로 미군 7천명, 민간용병 8천명 이상이 사망하고 5만 2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쟁 참여 이후 군인 3만명 이상이 자살했고 60만명 이상이 PTSD 진단을 받았으며 교육과 의료 등 시민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쓰일 예산이 군산복합체에 흘러 들어갔다.

미국 연방정부는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자증세를 하는 대신 군사비 지출로 일자리와 미래 이익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쟁 경제 체제를 구축해 왔다.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2024년 기준 1조 5천억 달러로 추정된다. “한정된 자원을 전쟁 기계에 쏟아붓는 선택은 공중 보건과 영양, 의료, 환경 보호 등 다른 우선 과제들을 고사시킨다.”(142쪽) 군사 기업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노동자 구매력은 40년 동안 변하지 않았고, 가구 평균 부채는 9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1억 4천만 명이 빈곤층이거나 이에 가까운 상황이다. 보건의료 부실과 공공인프라 붕괴로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정부, 주류경제학자들, 전쟁주의자들은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주장하며 “(군대는) 가장 효과적인 빈곤 퇴치 프로그램”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군산복합체 일자리는 줄었고, 노조조직률도 급감했다.

이제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자. 미국의 전쟁 경제, 군비 확장의 상징 중 하나는 해외 군사기지이다. 미군기지는 80개국 750곳에 배치되어 있다. 해외 주둔 미군은 17만명 정도이며, 해외 기지 네트워크 유지비용만 550억 달러에 달한다. 2021~2023년 미국은 78개국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였고,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을 염두하며 괌, 필리핀, 호주 등 태평양 지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집권정당이 바뀔 때마다 드론을 활용하거나 군사력 투입 비중을 늘리는 등 정책에 약간씩 차이는 있어도, 해외 군사기지를 통해 군사 개입 대외 정책을 펼친 것은 일관적이다. 저자는 미국의 전 세계 군사 패권 추구가 표적 국가 국민뿐 아니라 미군과 미국 시민의 안전에도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다고 지적하며 비용만 크고 역효과를 내는 이 ʻ지구적 전역 포괄’ 군사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비대한 군산복합체를 지탱하는 로비스트

낭비적인 군산복합체의 무기 판매와 군사주의적 대외 정책을 유지하는 비결은 로비스트라고 저자는 말한다. 워싱턴 D.C의 엄청난 생활 비용은 자연스럽게 공직자를 민간 로비 시장으로 이끌어간다. 2024년 기준 국방부와 계약한 군사 기업들은 로비에 1억 4,8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로비스트 945명을 고용할 정도로 로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로비스트 945명 중 3분의 2가 ‘회전문 인사’ 출신이다.) 의원 한명에게 들어가는 로비에는 의원의 연봉보다 더 높은 자금(27만 5,000달러)이 투입된다. 로비에 성공한 군사 기업은 국방부로부터 수천억원의 계약을 따내고, 이 돈의 일부를 로비에 투자한다. 군사 기업의 ‘자가 영속 시스템’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로비스트는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 ‘싱크탱크’들을 활용한다. 싱크탱크는 면세 비영리 기관이지만 미국 대외 정책의 군사화를 강화하는 데 이해관계를 가진 국방부 계약업체와 외국 정부로부터 매년 수천만 달러를 후원받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상위 싱크탱크는 국방부와 계약한 군사 기업으로부터 3,480만 달러 이상을 기부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싱크탱크에게는 후원자를 공개할 의무가 없으며, 공개하는 곳조차 기준을 제각각으로 해서 공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싱크탱크는 후원자를 비판할 수 있는 주제에 관한 연구를 스스로 회피하게 된다. 그리고 군산복합체와 연결되지 않은 싱크탱크들은 군사위원회 등의 모임에 초대조차 되지 않는다. 후원자의 입김이 정치권의 의사 결정에 반영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싱크탱크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미국이 이미 개입하고 있는 전쟁에 관한 공개 논쟁을 장악”(242쪽)하고 있다.

군사기술의 바탕이 되는 과학계에서도 군사 기업은 적극적으로 매수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소 12개 대학이 록히드마틴을 위한 전용 행사를 개최하며, 2022년에는 국방부가 미국 대학들에 군사연구개발자금으로 8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존스홉킨스대학, MIT 링컨연구소, 카네기멜런대학 등이 군사 기술 개발에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반면 대학에서 일어나는 반군사주의&반전 운동도 눈에 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에서는 ‘무기 거래 투명성을 위한 여성들’ 그룹을 조직하고 텍사스대학 투자관리회사가 보유한 록히드마틴과 기타 주요 군사 기업들의 지분을 매각할 것을 촉구했다. “역사적으로도 투자 철회는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였다.”(262쪽) 2023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이후에는 수십 개의 학생 단체들이 이스라엘의 전쟁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프로파간다라는 눈가리개

군산복합체와 전쟁 기계라는 진실을 마주하지 못하게 막는 요소 중 하나로 저자는 언론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언론은 권력자의 발언을 인용하고 보도한다. 평범한 시민들과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는 흔히 외면된다. 언론은 미국이 전쟁을 수행해서라도 “지도적 역할을 하도록 운명 지어진 예외국가라는 오래된 믿음”(279쪽) 서사를 판매하고 재생산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베트남전쟁의 나쁜 이미지를 종식시키기 위해 ‘군사 목표 외에 선전 목표 또한 이루고자’ 했다. 미국의 정밀유도탄 성능이 좋지 못함에도 목표 명중 장면만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등 성공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자주 노출하였다. 이는 언론의 ‘접근 저널리즘’적 면모를 보여준다.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접근을 잃을까 두려워 공식 발표를 지나치게 비판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말한다. 또한 주요 언론사들이 소수 대기업 손에 집중되고, 그 중 국방 영역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전문 매체는 무기 계약업체에서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받는다. “전쟁과 평화 문제와 관련한 논평자들의 압도적인 다수는 전직 군 장교”, “평화운동가들이 주요 전국 언론에 등장하는 일은 극히 드물어 최근 사례조차 꼽기 어렵다.”(296쪽) 최근 가자지구의 보도에서 주류 언론이 이스라엘 편향적 태도를 보이고 학살보다 반유대주의 혐의를 강조하는 행태 역시 기업과 언론 유착관계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전쟁 프로파간다를 전파하기 위해 군사 기업들은 문화 전반에도 자금을 투자한다. 1942년 전시정보국(OWI) 설립 이래, 미 국방부는 자금 지원과 군사 장비 제공을 조건으로, 영화 대본을 수정하고, 불리한 장면을 삭제해왔다. 스파이컬쳐(정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개입을 추적하는 연구 사이트)에 따르면 미 국방부 엔터테인먼트 연락실이 개입한 영화와 TV 프로그램은 2,500편이 넘는다. 전시정보국 초대 국장이자 언론인인 엘머 데이비스의 말이 이러한 개입의 이유를 압축해 보여준다. "대다수 사람들 머릿속에 선전 아이디어를 주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이 선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락 영화를 통해 흘려보내는 것이다."(310쪽) 이들 군산복합체는 자신들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플래툰이나 자헤드, 허트로커와 같이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전쟁을 겪은 이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장비 지원도,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문화적 포획은 현대의 비디오게임에서도 이어진다. 미 군사 기획자들은 조종사, 고급 군사 인력을 게임과 같은 몰입형 환경에서 훈련시킬 수 있단 걸 깨달았다. 1990년 SIMNET은 미 국방부 지원으로 만들어진 전투 시뮬레이션을 위한 실시간 분산 네트워킹 프로젝트로 군 인력의 실전 대비에 사용되었고, 걸프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았다. 미군은 아예 '군을 디즈니처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선언하며(육군과학위원회 폴 컨), 미육군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과 함께 창의적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참가자들이 실제처럼 반응할 만큼 몰입감있는 경험을 창조하는 걸 목표로 연구하기도 했다. 미군은 게임의 확산 자체를 자동화된 전쟁 수행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인재를 찾을 기회로 여긴다. 이들은 모병 활동에서도 게이머들이 입대하도록 체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해군은 전담 게이밍팀이 있고 (Goat and Glory), 육군은 E-스포츠 팀을 운영하며 군 복무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인상을 퍼트리고 있다. 하지만 미 본토에서 드론을 활용해 아프간 등지에서 사람을 죽이는 임무를 맡은 이들은 실제 현장에서의 임무를 맡은 이들만큼이나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은 '의자 공군'이라 불리며 경멸받으며, 비용만 떠안는 구조에 처해있다.

빅테크와 군수산업

군산복합체가 다져놓은 군사주의의 토양 위에서 신흥 실리콘밸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 팔머 러키),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 피터 틸), 구글(Google, 에릭 슈미트), 스페이스 X(Space X, 일론 머스크) 등 신흥 군사기업은 기존 방위사업체 - 록히드 마틴, 레이시언 등에 도전하면서 전쟁기계에 동력을 더하고 있다. 조종사가 없는 무인 무기체계, 극초음속 무기, AI가 통합된 통신 통제 시스템 등 첨단 무기라는 기적의 무기를 가지고 군사력 중심의 대외 정책으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신기술 군사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통한 우월한 군사능력이 전쟁억제의 유일한 수단이며 기존 군사 기업들로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피터 틸의 팔란티어는 2003년 창립된 회사로 첨단 컴퓨팅,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미군에 제공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또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인종차별적인 프로파일링에 사용되는 시스템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자에서의 학살에도 이들의 프로그램이 사용된다. 팔머 러키의 안두릴은 Lattice라는 프로그램을 파는데, 모든 사용가능한 정보를 통합해 군 지휘관 손에 신속하게 전달하는 정보 수집 시스템이다. 또한 미국-멕시코 국경 미군 기지 감시타워를 세우는 역할도 했다. 이러한 기업들에 막대한자본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다른 데 넣을 데가 없다면, 불황을 타지 않는 분야인 방위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저자는 베트남, 이라크, 아프간의 경험을 들어 군사력 중심의 대외정책이 승리한다는 말을 반박한다. 그리고 사회 구조에 깊이 박힌 전쟁 기계를 해체하는 데 다양한 세력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50년대와 80년대의 핵 반대, 핵 동결을 외치던 반전평화세력은 지금 매우 축소되어 있으며, 새롭게 평화 네트워크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의 힘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구글 등 여타 기술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저항한 사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지지층 중 반전 성향의 인사들이 진보진영과 연대해 국방비 지출과 핵정책 문제에서의 정부 압박이 가능할지 자문한다. 서로 다른 성향의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이라도 다수가 요구한다면 군산복합체 확장을 제한할 변화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집단으로 힘을 모아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로 한다면 평화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지금 여기, 우리가 해야 할 일

책은 평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지금 여기 한국의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규모 대중운동은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학살에 반대하는 미국 대학 내 운동이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경각심을 갖도록 만들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총파업을 통해 에너지 공급 업체가 이스라엘 기업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당장 대규모 대중운동을 조직하면 좋겠지만, 그 첫 번째 단계로 한국과 중동지역 사이 연결감을 강화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대 운동을 알린다면 어떨까.

미국 군산복합체의 실체를 고발한 것처럼 한국의 무기 기업이 작동하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고발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도 인도네시아에 무기를 수출하여 웨스트파푸어 분리독립 운동을 폭압적으로 탄압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항공우주(ADEX), 지상(DX KOREA), 해양(MADEX), 치안(KPEX) 등 분야별로 무기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이 박람회들은 시민들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무료입장 이벤트를 열며 군사무기의 일상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 무기의 우수함과 경제적 효과를 홍보하는 군사 기업의 마케팅에 맞서 군사 기업이 지역에 가져오는 경제적 피해와 주민들의 손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낭비되는 자본을 다른 산업에 투자하면 더 큰 효과가 돌아온다는 점을 알리는 선전과 홍보도 해볼 수 있겠다.

저자들은 결국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전쟁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지는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전쟁은 외교 실패나 특정 지도자의 오판으로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국가단위로 조직된 대자본들이 세계경제 지정학 무대에서 충돌하고 있고 제국주의 단계에서 거듭되어 온 역사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쟁 해결을 방치하고 무기를 판매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정상적인 작동방식일지도 모른다. 전쟁이 ‘정상’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전쟁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래의 반전운동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체제를 변화시킬 힘이 될 것이라 믿으며, 지금 여기에서 한국 군사 기업의 홍보 전략을 분쇄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글 : 제이